우리 주변의 ‘보이지 않는 영웅들’: UX 디자인의 인지적 인공물

인지적 인공물

인지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대상, 사물, 개념을 지칭하기 위해 소리, 몸짓, 상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소리, 몸짓, 상징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것이 사물을 대신하여 나타낸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것들이 사물을 표상하는 것이다.

인지의 힘은 추상화와 표상으로부터 비롯된다. 지각, 경험, 사고 등에서 불필요한 세부 사항을 추려내고 다른 수단으로 나타내는 능력이 바로 지능의 핵심이다. 왜냐하면 표상 과정이 정확하면 새로운 경험, 통찰력, 창조물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표상은 사건의 핵심적 요소를 잡아내고 나머지는 의도적으로 없앤다.

  1. 표상되는 세상: 즉 표상되어지는 대상
  2. 표상하는 세상: 상징의 집합으로 각각은 표상되는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나타냄

사고나 개념의 표상을 다시 표상할 수 있는 능력이 반성적 사고와 고차원적인 사고의 본질이다. 바로 이러한 상위 표상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고, 실제 세상에서 알아차리기 힘든 어떤 일관성이나 패턴을 표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우리가 생각을 표상으로 나타내면 물리적인 세상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대신 우리는 표상에 대해 사고하고 때로는 표상의 표상까지 사고하게 된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표상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 표상되는 세상에서, 부적절한 것은 무시하며, 중요하고 결정적인 특성을 잡아내야 하고
  • 사람들에게 적절하고, 해석의 과정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하고
  • 과제에 적절하여 구조와 규칙성을 발견하기 위한 판단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체험적 인공물은 세상을 경험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제공하는 것이며, 반성적 인공물은 표상에 대응하고 수정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체험적 인공물은 마음과 세상을 매개하는 것이다. 반면 반성적 인공물은 현실 세계를 무시하고 인공적으로 ‘표상하는’ 세상에만 집중하도록 한다.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 심리학, 도널드 노먼


우리는 매일 수많은 인지적 인공물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오늘은 UX 디자인에서 다루는 인지적 인공물의 특징과 일상 속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인지적 인공물이란?

인지적 인공물(cognitive artifacts)은 인간의 인지 능력을 확장하고 보완하는 인위적 도구나 장치를 말합니다. 닐슨 노먼 그룹에 따르면 인지적 인공물은 “정보를 저장, 표현 또는 처리함으로써 인지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구성된 인공물”로 정의됩니다.

쉽게 말해 우리의 기억력,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을 도와주는 모든 도구라고 할 수 있죠. 메모장, 달력, 계산기 같은 단순한 도구부터 스마트폰 앱, AI 비서 같은 첨단 기술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UX 디자인에서 인지적 인공물의 중요성

UX 디자이너들은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인지적 인공물을 적극 활용합니다. 인지적 인공물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UX 디자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1. 인지 부하 감소: 복잡한 정보나 작업을 단순화하여 사용자의 인지적 부담을 줄여줍니다.
  2. 오류 방지: 중요한 정보를 시각화하거나 단계별 가이드를 제공하여 실수를 예방합니다.
  3. 효율성 향상: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거나 의사결정을 지원하여 생산성을 높입니다.
  4. 학습 용이성: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피드백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의 학습을 돕습니다.
  5. 사용자 만족도 증가: 사용자의 니즈에 맞는 인지적 지원으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인지적 인공물의 주요 특징

UX 디자인에서 활용되는 인지적 인공물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1. 정보의 외재화 (Externalization of Information)

인지적 인공물은 우리 머릿속의 정보를 외부로 끄집어내어 시각화하거나 구조화합니다. 이를 통해 복잡한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해줍니다.

예: 마인드맵, 프로세스 다이어그램, 인포그래픽

2. 인지 프로세스의 분산 (Distribution of Cognitive Processes)

인지적 작업을 사용자와 인공물 사이에 분산시켜 인지 부하를 줄입니다. 사용자는 더 중요한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예: 내비게이션 앱 (경로 계산), 자동 완성 기능 (텍스트 입력 보조)

3. 표상의 변환 (Transformation of Representations)

정보를 다른 형태로 변환하여 이해와 조작을 용이하게 합니다.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하거나 복잡한 데이터를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예: 통계 그래프, 아이콘, 메타포 사용 인터페이스

4. 시간적/공간적 재구성 (Temporal and Spatial Restructuring)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정보를 재구성합니다. 과거의 정보를 현재로 가져오거나 멀리 있는 정보를 가까이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예: 캘린더 앱 (미래 일정 관리), 화상 회의 툴 (원격 커뮤니케이션)

5. 인지적 앵커링 (Cognitive Anchoring)

핵심 정보나 중요한 단계를 강조하여 사용자의 주의를 집중시킵니다. 복잡한 작업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예: 체크리스트, 진행 상태 표시바, 하이라이팅

일상생활 속 인지적 인공물 사례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인지적 인공물들이 있습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1. 스마트폰 알림 센터

  • 특징: 정보의 외재화, 시간적 재구성
  • 기능: 중요한 정보와 할 일을 한눈에 보여주며 적시에 알려줌
  • 인지적 이점: 기억력 보조, 주의 집중 유도

2. 지도 앱 (예: 구글 맵스)

  • 특징: 인지 프로세스의 분산, 표상의 변환
  • 기능: 복잡한 지리 정보를 단순화하고 최적 경로를 계산해줌
  • 인지적 이점: 공간 인지 능력 보완, 의사결정 지원

3. 온라인 쇼핑몰의 필터 및 정렬 기능

  • 특징: 정보의 외재화, 인지 프로세스의 분산
  • 기능: 방대한 상품 정보를 사용자의 선호에 따라 재구성
  • 인지적 이점: 정보 과부하 감소, 비교 분석 용이성 증가

4. 음성 비서 (예: Siri, 구글 어시스턴트)

  • 특징: 인지 프로세스의 분산, 표상의 변환
  • 기능: 음성 명령을 통해 다양한 작업을 수행
  • 인지적 이점: 멀티태스킹 지원,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정보 접근 가능

5. 디지털 캘린더

  • 특징: 시간적 재구성, 인지적 앵커링
  • 기능: 일정을 시각화하고 리마인더를 제공
  • 인지적 이점: 시간 관리 효율화, 기억력 보조

6. 패스워드 관리 앱

  • 특징: 정보의 외재화, 인지 프로세스의 분산
  • 기능: 복잡한 비밀번호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자동 입력
  • 인지적 이점: 기억 부담 감소, 보안성 향상

UX 디자인에서의 인지적 인공물 활용 전략

효과적인 인지적 인공물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합니다:

  1. 사용자 리서치: 타겟 사용자의 인지적 특성과 니즈를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2. 태스크 분석: 사용자가 수행해야 할 작업을 세분화하여 인지적 병목 지점을 파악합니다.
  3. 정보 아키텍처 최적화: 정보를 논리적으로 구조화하여 탐색과 이해를 돕습니다.
  4. 시각적 계층 구조: 중요도에 따라 정보의 시각적 가중치를 다르게 부여합니다.
  5. 피드백 메커니즘: 사용자 행동에 대한 즉각적이고 명확한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6. 일관성 유지: 인터페이스 전반에 걸쳐 일관된 디자인 패턴을 적용합니다.
  7. 사용성 테스트: 반복적인 테스트를 통해 인지적 인공물의 효과성을 검증하고 개선합니다.

인지적 인공물 디자인의 미래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지적 인공물의 형태와 기능도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AI 기반 개인화: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학습하여 더욱 맞춤화된 인지 지원 제공
  2. 증강 현실(AR) 활용: 실제 환경에 디지털 정보를 오버레이하여 직관적인 가이드 제공
  3. 자연어 처리 고도화: 더욱 자연스러운 음성 및 텍스트 기반 상호작용 지원
  4. 웨어러블 디바이스 통합: 신체에 착용하는 기기를 통해 상시적인 인지 보조 제공
  5.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뇌파를 직접 읽어 의도를 파악하고 즉각적인 피드백 제공

결론

인지적 인공물은 우리의 일상을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입니다. UX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인지적 인공물을 적절히 활용하여 사용자 경험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강력하고 섬세한 인지적 인공물이 등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입니다. 인간 중심의 철학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진정으로 유용한 인지적 인공물을 디자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주변의 인지적 인공물들에 대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들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있는지, 또 어떤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1] https://www.nngroup.com/articles/cognitive-mapping-user-research/
[2] https://www.vaia.com/en-us/explanations/anthropology/cognitive-anthropology/cognitive-artifa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