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서스의 인구론, 빈곤은 숙명일까?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가 1798년 발표한 인구론(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은 인간 사회가 겪는 빈곤과 기근이 결국 피할 수 없는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그 핵심은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을 포함한 자원은 산술급수적으로만 증가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로 인해 인구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필연적으로 자원(특히 식량)이 부족해져 빈곤과 기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맬서스의 논리였습니다. 맬서스의 이론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던 유럽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후 ‘인구 vs. 자원’이라는 문제의식을 전 세계가 공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맬서스의 경고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식량 부족과 인구 과잉 문제가 심각하고,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까지 더해지면서 미래 자원 공급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맬서스가 과소평가한 기술 발전과 인적 자본의 역할 덕분에, 현대사회는 인구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른 생산성 향상을 이뤄낼 수 있다”고 반박하기도 합니다. 즉, 맬서스의 이론이 ‘인구 증가 = 빈곤 필연’을 예견했지만, 실제로는 인구·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 발전, 제도 변화, 국제 협력 등의 노력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맬서스의 인구론을 단순히 ‘구시대적 경고’나 ‘비관적 미래 예측’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습니다.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면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힌다는 기본 전제는,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가 깊어지는 현대에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실제로 21세기 들어서도 여러 국가가 인구 문제로 부딪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맬서스의 경고가 제기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빈곤과 자원 한계가 정말 ‘숙명’인지, 아니면 인간의 창의와 제도 개선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한 ‘과제’인지는 현재진행형 논쟁입니다.


맬서스 인구론의 배경과 핵심 개념

1) 시대적 배경: 산업혁명과 급격한 인구 증가

맬서스가 활동하던 18세기 말~19세기 초는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동이 가속되는 시기였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에서 공장이 들어서고 기계화가 확산되면서 생산성이 증가했지만, 이로 인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도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의학이 점차 발전하고, 위생 상태가 개선되면서 사망률이 서서히 하락했는데, 이는 곧 인구의 자연 증가율을 높이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습니다.

맬서스는 이렇게 급증하는 인구와 제한된 식량 생산 능력 사이의 불균형을 예리하게 지적했습니다. 과거에는 전염병이나 전쟁, 기근을 통해 인구가 주기적으로 줄었는데,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크게 늘면서 자원 부족이 극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입니다. 동시에 맬서스가 살던 영국은 빈민 구제법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정 수준의 생계비를 지원했는데, 맬서스는 이런 정책이 오히려 가난한 이들의 인구 증가를 부추기고,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가 더 빈곤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빈곤 구제를 위한 노력이 오히려 ‘인구 과잉 → 자원 부족 → 더 심각한 빈곤’이라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게 그의 뼈아픈 지적이었습니다.

2) 기하급수적 인구 증가 vs. 산술급수적 자원 증가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제시한 핵심 전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인구는 기하급수적(exponential)으로 증가한다. 1, 2, 4, 8, 16, 32, … 이런 식으로 일정 시점마다 인구가 2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식량이나 기타 자원(특히 농업 기반 식량)은 산술급수적(arithmetic)으로만 증가한다. 즉 1, 2, 3, 4, 5, …로 늘어나므로,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맬서스는 토지의 한계, 농업 기술 발전의 속도, 작업 인력 문제 등을 종합해볼 때, 농업 생산량은 인구 증가 속도를 영구히 따라잡기 힘들다고 봤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구의 기하급수적 곡선이 식량 생산 곡선을 훨씬 앞질러버리며, 결국 그 간극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굶주림, 전쟁, 질병’과 같은 재앙적 수단뿐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입니다. 그에게는 이런 과정을 막는 결정적 대책이 존재하지 않으며, 빈곤은 일정 부분 “피할 수 없는 인간 사회의 숙명”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맬서스가 이런 주장을 펼쳤던 동기는 단순히 염세주의나 비관주의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인류가 자연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고 보았고, 인구 증가에 대한 아무런 방비책 없이 지내다 보면 ‘공평한 분배’가 불가능한 시점이 필연적으로 찾아온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는 훗날 ‘맬서스적 함정(Malthusian Trap)’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되었고, 경제·사회학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맬서스 인구론에 대한 다양한 반박과 수정

1) 기술 발전과 농업혁명

맬서스가 인구론을 발표한 이후 2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세계는 아직 맬서스가 예견한 ‘절대적 빈곤 상태’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세계 일부 지역에서 기근이 발생하고, 영양 결핍이 심각한 사례는 존재하지만, 지구 전체적으로 식량 생산량은 전례 없이 증가해왔습니다. 왜 그럴까? 그 해답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이 기술 발전과 농업혁명입니다.

  • 녹색 혁명(Green Revolution): 20세기 중반 이후, 노먼 볼로그(Norman Borlaug) 등의 과학자가 주도한 품종 개량과 농업기술 발전 덕에, 쌀과 밀 같은 곡물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 기계화, 화학 비료, 관개 시설: 농업에 기계화가 도입되고, 화학 비료와 제초제, 살충제 등이 사용되면서,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급증했습니다.
  • 유전자 변형 작물(GMO): 논란이 있지만, GMO를 통해 해충 저항성·가뭄 내성 등을 갖춘 작물이 보급되면서, 식량 생산 안정성은 더 높아졌습니다.

이런 혁신 덕분에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에 이르렀어도, 여전히 인류 전체가 굶주림에 허덕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분배 문제, 정치 갈등, 지역적 이상 기후 등이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지만, 최소한 “인류는 이미 식량 한계를 넘어섰다”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맬서스가 간과한 것은 ‘인간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였다는 반박이 가능한 지점입니다.

2) 산업·도시화로 인한 출산율 하락

맬서스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산업 발전과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출산율이 떨어지고, 인구 증가율이 둔화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20세기 후반을 거치며 선진국에서는 ‘저출산 현상’이 뚜렷해졌고, 개발도상국에서도 경제 발전과 함께 출산율이 빠르게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이른바 ‘인구전환 이론(Demographic Transition Theory)’은, 고출산·고사망률 단계에서 저출산·저사망률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중요한 틀입니다.

  • 초기(전산업사회): 출산율과 사망률 모두 높아 인구 증가율이 낮다.
  • 전이기: 사망률이 먼저 떨어지지만 출산율은 여전히 높아 인구 폭발이 일어남.
  • 후기(산업화·도시화 진행): 출산율이 점차 낮아져 인구 증가가 둔화되거나 정체됨.

맬서스가 살던 시기에 사망률이 낮아지며 일시적으로 인구 폭발이 나타났던 것은 맞지만, 그 이면에 ‘출산율이 장기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현대 선진국들은 매우 낮은 출산율을 보이면서 오히려 인구 정체나 감소를 걱정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는데, 이는 맬서스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를 약화시키는 중요한 근거입니다.

3) 자원 분배와 정치·경제 제도

맬서스는 식량 등 자원의 총량을 강조했지만, 자원의 분배 문제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식량 부족 문제는 절대적 생산량이 모자라서라기보다는, 기근 지역에 식량이 제때 전달되지 못하거나, 분쟁·부패·물류 인프라 부족 등 제도적 문제 때문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자원의 ‘절대량’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분배하고 관리하는지가 빈곤 해소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것입니다.

  • 정치 갈등, 내전: 전쟁 지역은 농업 생산이 붕괴되고, 국제구호물자 접근도 어려워 굶주림이 극심해진다.
  • 물류와 보관 문제: 식량이 풍부한 지역에서도, 냉장·냉동 시설이나 도로·항만이 부족하면 다른 지역에 식량을 제때 보내지 못해 기근이 발생할 수 있다.
  • 경제적 불평등: 시장 메커니즘에 의존해 식량을 거래할 경우, 가난한 사람들이 식량을 살 돈이 없으면 굶주림을 면치 못하게 된다.

맬서스는 ‘빈곤 구제’가 인구 증가를 촉진한다는 이유로 반대했으나, 오늘날에는 복지 제도나 국제기구의 구호활동, 농업 보조금 정책 등을 통해 분배 문제를 개선해야만 식량 위기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인식되었습니다. 결국, 맬서스의 단순한 인구-자원 방정식에는 정치·경제 제도와 분배 구조라는 변수가 미흡하게 고려되어 있다는 비판이 가능합니다.


맬서스적 함정과 현대적 의미

1) 맬서스적 함정(Malthusian Trap)이란?

맬서스적 함정이라는 용어는, 인구가 증가해 생산물(주로 식량) 1인당 분배량이 줄어들고, 결국 생존을 위해 막대한 노동력을 투입해야 하므로 기술·제도 혁신에 쓸 여유가 없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즉, 인구가 부양 능력 한계치까지 계속 늘어, 경제가 늘 ‘저생산성 균형’에 묶여버리는 상황입니다. 역사적으로 중세 유럽이나 전근대 동아시아 사회 등에서, 전염병이나 전쟁 직후에 인구가 늘었다 줄었다 하며 장기적 경제성장이 정체되는 모습을 ‘맬서스적 함정’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현대는 산업화와 기술혁신 덕분에 인당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 많은 국가가 이 함정에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이나 분쟁이 잦은 저소득 국가는 전형적인 맬서스적 함정 상태에 놓여 있다고 평가되기도 합니다.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지만, 농업 생산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정부나 국제사회가 구호를 해도 분쟁이나 부패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이며, 결국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2) 지속 가능한 개발과 환경 자원

맬서스가 말한 자원 부족은 식량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현대에는 에너지, 물, 산림, 광물 자원으로 범위가 확장됩니다. 인구가 늘어날수록,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맬서스의 논리와 맥이 닿아 있습니다. 당장 지구 온난화 문제만 해도, 인구 80억 명이 계속 화석연료를 쓰고 탄소를 배출하면, 인류가 감당하기 어려운 기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 기후 변화: 해수면 상승, 극단적 기상 이변으로 일부 지역은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음.
  • 환경 수용력(Carrying Capacity):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인구 규모가 한계치에 가까워진다면, 맬서스가 예측한 ‘빈곤·재앙’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 환경 난민: 기근과 자연재해, 자원 부족으로 인한 난민 문제는 21세기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이는 국제 사회의 중요한 현안이다.

맬서스가 “식량을 산술급수로만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던 건 현대 기준에서 단순화된 면이 있지만, ‘유한한 자원을 여러 사람들이 나눠 써야 한다’는 본질적 문제제기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특히 지구온난화나 생물다양성 붕괴 등은 식량 문제만큼이나 심각하므로, 맬서스적 함정이 형태를 바꿔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도 많습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빈곤 사례와 맬서스적 관점

1) 기근과 분쟁이 지속되는 지역

아프리카 동북부(소말리아, 에리트레아, 수단)나 중동 일부 지역(예멘 등)에서는 내전이나 정치 불안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농업 생산 기반이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인구 증가율은 여전히 높지만, 인프라가 파괴되고 농업 기술도 발전하지 않아, 극심한 기근과 영양실조가 만연합니다. 맬서스 관점에서 보면, 이런 지역은 ‘인구 증가 → 자원 부족 → 빈곤 심화 → 안정·제도 개선 불가능 → 다시 자원 부족’이라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오롯이 ‘인구 증가 탓’만은 아니고, 분배·정치 갈등·외부 개입 실패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합니다.

2) 도시 빈곤과 슬럼의 확대

21세기에는 오히려 인구 증가가 도시로 집중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대규모 슬럼(Slum)이 형성된 도시 지역에서는, 식량 자체가 부족하기보다도 주거 환경 열악, 교육·의료 인프라 부족, 범죄·위생 문제가 빈곤을 심화시킵니다. 맬서스적으로 해석하면, 도시의 노동 수요보다 훨씬 많은 인구가 유입되어, 결국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이 비공식 경제나 범죄에 내몰리고, 그 자녀들도 교육 기회를 잃게 되어 빈곤이 세습되는 상황이 나타납니다. 재앙적인 식량 부족은 아닐지라도, ‘인구 과잉 → 빈곤’ 구도가 도시에서 또 다른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셈입니다.

3) 환경 문제로 인한 지역 이주와 빈곤화

최근 들어 사막화가 진행되거나 바닷물이 오염·고갈된 지역은 기존 농경이나 어업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에 해당 지역 인구가 도시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지만, 거기에 맞춤한 직업 기술이 없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종종 보고됩니다. 이는 맬서스의 주장대로 ‘자원이 부족해 빈곤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방증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사회 안전망이 충분하다면 이런 ‘강제 이주 → 빈곤’ 사태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결국, 맬서스식 논리대로라면 ‘자원 한계’가 먼저 찾아올 때 빈곤이 불가피하지만, 제도적·기술적 대응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표: 맬서스 인구론 찬반 비교

아래 표는 맬서스 인구론을 둘러싼 주요 지지 논리와 반박 논리를 간단히 정리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맬서스가 제기한 주장과 이에 대한 현대 사회의 시각을 좀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맬서스 인구론 입장반박·수정 입장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 → 언젠가는 인구 과잉과 자원 부족녹색 혁명, 기술 발전으로 식량 생산이 크게 증가, 인구 증가 속도 둔화(저출산)
빈곤은 필연적이며, 전쟁·질병·기근이 어쩔 수 없는 ‘인구 조절’ 수단이 될 수 있음국가·국제 기구의 분배 정책, 복지·교육 확대, 평화 구축을 통해 기근·빈곤 완화 가능
빈민 구제 정책은 오히려 인구 증가를 촉진해 더 큰 빈곤을 초래할 것적절한 복지와 사회안전망은 교육·출산율 감소에 기여, 노동 생산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빈곤 감소 유도
자원이 유한하기에 인류 전체가 풍족해지는 것은 불가능자원 분배·관리, 재생에너지·순환경제 등을 통해 지속가능성 확보 가능

전체적인 중요성과 적용 시 주의점

1) 맬서스 이론의 장점

  • 자원 한계 인식: 무한정 자원을 소모할 수 없고, 인구가 늘어날수록 언젠가 자연의 제약에 봉착한다는 현실을 상기시킨다.
  • 빈곤의 구조적 접근: 임시방편적 지원만으로는 빈곤이 해결되지 않으며, 인구 증가 자체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 정치·제도 논의를 촉발: ‘빈곤은 숙명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이, 각종 정책 논쟁(복지, 식량 정책, 가족 계획 등)을 활성화했다.

2) 현대 적용 시 유의점

  • 기술 발전 고려: 맬서스 시대와 달리 과학·공학·농업기술이 발전했으므로, 식량과 자원 생산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 분배·제도 변수 중요: 단순히 ‘인구 vs. 자원’만 볼 것이 아니라, 정치·사회 제도와 국제 협력, 시장 메커니즘, 빈곤층 교육과 복지 정책 등 복합적 시각이 필수적이다.
  • 인구 구조 변화(노령화 vs. 젊은 인구 급증): 선진국은 저출산·고령화로 노동력 감소가 문제이고, 일부 개발도상국은 인구 폭증이 문제다. 맬서스적 이론도 지역별 상황을 세분화해야 한다.
  • 환경·기후 위기: 단순 식량 문제를 넘어,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인한 자원(물·토지·에너지) 부족이 심화되는 추세다. 맬서스적 경고가 다른 각도에서 재현될 수 있다.

최신 사례: AI·로보틱스 시대와 인구 문제

1) 인구감소 사회의 역설

21세기 들어 선진국 상당수가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인구가 정체 또는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맬서스는 인구가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 봤지만, 실제로는 경제발전과 여성의 사회 진출, 가치관 변화 등으로 출산율이 1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맬서스적 함정’과는 전혀 다른 문제를 야기합니다. 즉, 인구가 충분히 늘지 않아 노동력이 부족하고, 연금·복지 부담이 커져 경제 전반이 침체될 위험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국가에서는 이민 정책을 확대하거나,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를 활용해 노동력을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반면, 개발도상국 중에는 여전히 인구 폭증으로 빈곤이 악화되는 사례가 있으니, 현대의 인구 문제는 지역별로 극단적으로 갈리는 양상을 보입니다. 맬서스의 이론이 세계 모든 지역에 일괄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기술 발전이 불러올 생산성 혁신

AI, 빅데이터, 로보틱스가 발전하면 적은 인력으로도 더 많은 식량과 공산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이것이 ‘탈(脫) 맬서스적 세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농업 자동화와 수직 농장(스마트팜) 등으로 단위 면적당 식량 생산량을 극적으로 높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그린 에너지를 확충하면, 인구가 늘어도 그 부담을 흡수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AI·로보틱스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생산 성과가 소수 기업이나 자본가에게만 집중될 위험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경우, 맬서스가 말했던 ‘빈곤의 숙명’이 기술 독점 형태로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됩니다. 즉, 식량과 에너지는 충분하더라도, 그것을 통제하는 소수 엘리트가 부를 독점해 다수 대중이 빈곤으로 내몰리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2~3개 문단 요약 정리

맬서스의 인구론은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만 증가한다”는 주장으로, 결국 인류가 자원 한계에 부딪혀 빈곤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이론은 발표 당시(18세기 말~19세기 초)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으며, 실제로 인구 폭증 시대에 농업 생산이 이를 따라잡지 못해 대규모 기근이 발생한다는 예견을 뒷받침하는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 과학기술의 혁신과 제도적 개선, 특히 녹색 혁명·의학 발전·산업화·분배 정책 등으로 식량 생산 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출산율도 점차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맬서스의 비관적 결론이 보편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워졌습니다. 다만 현대에도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 지역적 분쟁으로 인한 식량 안보 문제, 그리고 일부 국가의 폭발적 인구 증가 등은 맬서스가 제기했던 ‘자원 제약’ 논리를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맬서스의 인구론이 곧 “빈곤은 절대 숙명”이라는 결론을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며, 궁극적으로 인류는 자원 분배, 기술 발전, 제도 개선을 통해 빈곤을 극복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결론과 적용 시 주의점

맬서스는 자원과 인구 간의 관계를 직선적으로 파악함으로써, 빈곤과 기근은 피할 수 없는 인류의 숙명이라고 단정했습니다. 그의 이론은 “자원은 유한하고, 인구는 그 제한점을 넘을 수 있다”는 중요한 경고를 전해주지만, 이를 그대로 현대사회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이미 경험적으로 인류는 농업혁명, 기술 발전, 국제분업, 분배 제도 개선 등을 통해 맬서스가 예상했던 ‘전면적 빈곤 지배’ 시나리오를 상당 부분 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맬서스가 던진 질문은 유효합니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 고갈, 심각한 불평등, 일부 지역의 인구 폭증은 언제든 ‘맬서스적 함정’을 재현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재해와 전쟁이 겹치면 일시적으로 식량 공급이 붕괴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결국, 빈곤이 ‘숙명’이 되지 않도록, 과학·기술·정치·사회 제도를 모두 동원하는 종합적 노력이 필수라는 사실을 맬서스의 인구론이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것입니다. ‘맬서스적 절망’에 빠질 필요는 없지만, 무한한 낙관 역시 위험합니다. 자원과 인구가 조화를 이루려면, 사회 전체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향해 협력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현시점에서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