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키보드는 제가 대학원 논문이 너무 쓰기 싫고 힘들어서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물리적 즐거움이라도 느껴보고자 사서 5년간 잘 쓰고 있는 키보드입니다. Logitech MX Keys 인데 살 때 생각은 뭔 키보드를 10만원 이상을 주고 사냐? 과연 이건 내가 가져도 되는 물건일까? 하는 경외심일 들었습니다. 눈 질끈 감고 4개월치 용돈 잔여금을 모아 구매한 키보드인데 너무 만족스럽고, 타건감을 느끼기 위해 글을 한 문장이라도 더 쓰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물건에는 기억, 느낌, 생각 그리고 감정이 들어갑니다. 이케아의 제품들을 볼까요? 이케아의 제품은 단순합니다. 네모난 박스에 담겨 집에 와서 조립을 해야합니다. 한국에 이케아가 처음 들어왔을 때, 아직 제 상사분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이케아에 있는 드릴 꼭 사 그거 안사고 도라이버질 하면 하루가 지나도 못 끝내.’ 이 말을 듣고 저는 당연히 드릴을 샀고 지금 집에 있는 대부분의 가구는 이케아에서 조립한 물건입니다. 조립하면서 매장에서 봤던 것과 같이 않게 된 것들도 있고, 제 땀이 묻은 것도 있고 다양한 가구들이 제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이렇게 되니 이 가구에 애착이 생겼습니다. 제가 조립하면서 긁었던 것, 망치질을 잘못했던 흔적 등 그런 것들을 보면서 완제품인 가구와는 다른 가구가 되었습니다.
기억은 우리의 인생 경험을 반영한다. 기억은 우리에게 가족과 친구, 경험했던 일과 성취했던 일을 떠올리게 해 준다. 기억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또한 강화한다. 우리의 인생에서 우리 자신에 대한 이미지는 우리가 인정하고 싶은 정도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건 관심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신경을 쓰고 있다. 우리가 옷을 입고 행동하는 방식,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 보석과 시계, 차와 집 등의 모든 것이 우리 자신을 겉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자신에 대한 개념은 인간의 근본적인 특성이다. 마음의 메커니즘과 의식과 감정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를 고려해 볼 때 인간에게 자신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개념은 두뇌의 반성적 단계에 깊이 뿌리박고 있어서 문화적 기준에 상당히 의존한다. 따라서 디자인에서 다루기에는 쉽지 않다.
괴버트와 로젠탈은 그 상황을 이렇게 요약한다. ” 진짜 문제는 그 제품의 내적 가치와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보다 제품과 소비자를 이어 주는 감정적 연결이 문제였다. ” 결국 케이크 가루로 케이크를 만들 때조차도 감정이, 자존심이, 성취감이 문제인 것이다.
감성 디자인, 도널드 노먼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서 종종 간과되지만 실제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 ‘감정적 연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특히 기억과 자아 개념이 어떻게 사용자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기억: 경험의 핵심
우리의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현재의 경험을 해석하며, 미래의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UX 디자인의 관점에서 볼 때, 사용자의 기억을 고려하는 것은 단순히 ‘기억에 남는’ 디자인을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기억을 활용한 UX 디자인 전략:
- 일관성 있는 경험 제공: 사용자가 여러 접점에서 일관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세요. 이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긍정적인 기억을 강화합니다.
- 감정적 피크 만들기: 사용자 여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을 만들어내세요. 이는 전체 경험에 대한 긍정적인 회상을 유도합니다.
- 개인화된 경험: 사용자의 과거 행동과 선호도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세요. 이는 사용자가 ‘기억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 스토리텔링 활용: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사용자의 기억에 더 깊이 각인되도록 하세요.
자아 개념: 디자인의 숨겨진 동력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는 우리의 행동과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UX 디자인에서 이 자아 개념을 고려하는 것은 사용자와 더 깊은 연결을 만들어내는 핵심입니다.
자아 개념을 고려한 UX 디자인 접근법:
- 가치 일치: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용자의 가치관과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주세요. 예를 들어, 환경 친화적인 제품은 자신을 환경 보호주의자로 여기는 사용자들에게 강력히 어필할 수 있습니다.
- 사회적 증명: 사용자가 속하고 싶어 하는 그룹이 해당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을 보여주세요. 이는 사용자의 소속감과 자아 이미지를 강화합니다.
- 성취감 제공: 사용자가 제품을 통해 무언가를 성취했다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세요. 이는 자아 존중감을 높이고 제품에 대한 애착을 증가시킵니다.
- 개인화 옵션: 사용자가 제품을 자신의 개성에 맞게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세요. 이는 제품을 자아의 연장선으로 느끼게 합니다.
감정적 연결: UX 디자인의 궁극적 목표
괴버트와 로젠탈의 말처럼, 제품의 실제 가치보다 사용자와의 감정적 연결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는 UX 디자인에서 기능적 요소만큼이나 감정적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감정적 연결을 강화하는 UX 디자인 전략:
- 공감 디자인: 사용자의 감정과 필요를 깊이 이해하고 이에 반응하는 디자인을 만드세요. 사용자 리서치와 페르소나 개발이 이 과정에서 핵심입니다.
- 미적 경험 제공: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사용하기 즐거운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세요. 미적 경험은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고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증가시킵니다.
- 마이크로인터랙션 활용: 작은 상호작용들을 통해 사용자에게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세요. 이는 전체적인 사용자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
- 스트레스 감소: 사용자의 스트레스나 불안을 줄일 수 있는 디자인 요소를 포함하세요. 예를 들어, 명확한 진행 상황 표시나 친절한 에러 메시지 등이 있습니다.
실제 적용: 케이크 믹스의 교훈
괴버트와 로젠탈이 언급한 케이크 믹스 사례는 감정적 연결의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단순히 물만 넣으면 되는 완전 자동화된 케이크 믹스보다, 계란을 직접 넣어야 하는 제품이 더 성공적이었습니다. 왜일까요?
- 성취감: 사용자는 자신이 ‘무언가를 했다’는 느낌을 원했습니다.
- 개인화: 계란을 넣는 행위는 제품을 더 개인화된 것으로 느끼게 했습니다.
- 자아 이미지: ‘좋은 요리사’라는 자아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례는 UX 디자인에서도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때로는 완벽한 자동화보다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더 강력한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결론: 감정을 디자인하라
UX 디자인에서 기능성과 사용성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기억, 자아 개념, 그리고 감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사용되는’ 제품이 아니라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입니다.여러분의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감정적 요소들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세요. 사용자의 기억에 어떻게 남고 싶은지, 사용자의 자아 이미지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감정적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이러한 접근은 여러분의 디자인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기억하세요, 우리는 단순히 인터페이스나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경험을, 기억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감정을 디자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UX 디자인의 진정한 힘이자 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