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인간심리 – 머리 속의 지식과 세상 속의 지식

보이게 하라 그러면 생각날 것이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머릿속의 지식과 세상 속의 지식

1. 정보는 세상 속에 있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 중의 많은 부분은 세상 속에 있다. 행동은 기억(머리) 속에 있는 정보와 세상 속에 있는 정보를 결합함으로써 결정된다.

2. 정보는 아주 정밀할 필요가 없다.

정밀하고 정확하고 완전한 지식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옳은 선택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기에 충분한 정보나 행동을 알고 있으면, 정확한 행동이 가능하다.

3. 자연스러운 제약이 있다.

세상이 허용되는 행동들을 제약한다. 즉, 물건의 물리적 속성들이 가능한 조작들을 제한한다. 예를 들어, 부품들을 다루는 순서나 물건을 움직이거나 끄집어내거나 혹은 다르게 조작되는 방식들을 제한한다. 모든 물건이 돌출부나 함몰부, 나사 머리 및 부속물과 같은 물리적 특징들을 갖고 있어 이런 것들이 다른 것들과의 관계나 가능한 조작들, 그리고 덧붙여질 수 있는 것들 등을 제한한다.

4. 문화적인 제약이 있다.

자연스러운 제약 및 물리적 제약 외에도 사회는 수용가능한 사회적 행동을 지배하는 많은 인공적인 장치들을 발달시켜왔다. 이러한 문화적 관습들은 학습되어야 하지만, 한번 학습되고 나면 많은 다양한 상황에 적용될 수 있다.


부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행동

정보는 세상 속에 있다.

사람은 두 종류의 지식을 활용하면서 살아간다. 하나는 무엇에 관한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에 관한 지식이다. 무엇에 대한 지식은 심리학자들이 선언적인 지식이라고 부르는 것으로서 사실과 규칙에 관한 지식이 여기에 속한다. 세상으로부터의 지식은 쉽게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 디자이너들은 여러 가지의 기억 보조장치를 제공한다. 타자기의 자판에 쓰인 문자들이 한 예이다. 통제장치의 불빛이나 표지판도 외적인 기억 보조장치로서, 사용자로 하여금 통제의 목적과 현재의 상태를 가리켜준다. 산업용 기기에서는 신호등, 표시기 등 많은 확인장치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글로 쓴 쪽지도 많이 사용한다. 물건을 특정한 장소에 둠으로써 잊지 않도록 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환경을 구조화함으로써, 환경이 기억하는 데 필요한 정보의 상당량을 제공하도록 한다.

철저히 정확할 필요는 없다.

보통, 사람에게 정확한 기억은 필요하지 않다. 사람은 동전에 새겨진 얼굴이나 그림 및 단어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을지라도 흔히 쓰는 동전들의 종류를 서로 구별할 수 있을 만큼은 기억할 수 있다…. 이러한 혼동이 생긴 것은, 동전의 사용자들이 갖는 기억 표상이 실제로 유통되는 동전들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정확성만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의 일반적인 속성은 기억해야 할 사물들에 대한 부분적인 것들만을 저장하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기억은 배울 때에는 충분히 정확하게 쓰일 수 있지만 나중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거나 새로운 것을 기억하게 될 때에는 쓸모없게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써오던 동전들을 구별하기 위해 형성된 묘사들은 옛 동전들 중의 어느 하나와 새 동전을 구별하는 데에는 충분히 정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엄청나게 많아 보이던 선택가능성들이 단지 몇 개 안 되는 선택들로 줄어들고, 그것만 해체할 때 기억하거나 표시해두면 된다. 부품에 있는 제약들만 가지고 가끔 재조립 순서를 결정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그래서 착오가 생기게 된다-이러한 제약들 때문에 외워야 할 양은 상당히 준다.


기억은 머리 속에 있는 지식이다

기억에 대한 흉계

그래서 우리는 기억을 세상 속에 둔다. 책이나 종이철이나 혹은 손등에다 적어둔다. 그러나 우리는 도둑이 찾아내지 못하게끔 속이기도 한다. 이것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어떻게 사항들을 위장하고 어떻게 숨길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위장했는지 혹은 어디에 숨겨 뒀는지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아, 기억의 약함이여. 아무도 찾지 못하게 하려면 어디에 숨겨야 하는가? 그럴 법하지 않은 장소에, 정말로? 돈은 냉장고에 보석은 약상자나 옷장의 구두 안에. 현관문의 열쇠는 매트 밑이나 창문틀 바로 밑에. 차 열쇠는 범퍼 아래에. 연애편지는 꽃병에. 문제는 집 안에서는 그럴 법하지 않은 장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당신은 연애 펀지나 열쇠들을 어디에 숨겼는지를 기억하지 못해도, 강도들이 찾아내는 수도 있다.


기억의 구조

기억의 구조

심리학자들은 기억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서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STM)과 장기기억(long-term memory, LTM)으로 구별한다.

  1. 임의적인 것의 기억

파지해야 할 항목들이 임의적이고,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다른 항목이나 이미 알려져 있는 것과 특정한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

2. 의미 있는 관계성의 기억

파지 해야 할 항목들 그 자체가 의미 있거나 또는 이미 알려져 있는 다른 것과 의미 있는 관계성을 이루는 것.

3. 설명을 통한 기억

내용을 기억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다른 설명적 기제(방식)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것.

임의적인 것의 기억

원인이나 이유(‘왜’)에 대한 이해나 내적 구조에 대한 이해없이, 해야 하는 것을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파벳을 외우거나 혹은 구두끈을 묶는 것과 같은 것이다.

기계적 암기는 문제를 일으킨다. 첫째로, 외워야 하는 것이 임의적이기 때문에 암기가 어려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둘째로, 문제가 생겨도 기억한 행동의 순서만 가지고서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관해 아무런 암시도 얻지 못하고, 문제를 고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아무런 시사를 받지 못한다.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임의적인 연합이나 임의적인 순서를 외운다는 것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이유를 이해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일이 임의적이고 이상하게 보인다. 뭔가가 잘못돼 어도(해결책을 외우고 있지 않았다면) 그들은 어쩔 줄 모른다. 때로는 기계적 암기가 필요하고 효율적이지만-고속의 군사용 제트기에서 긴급사태에 빨리, 자동적으로 대처하도록-대체로 기계적 암기는 가장 불만족스러운 방법이다.

의미있는 관계성의 기억

이 세상의 대부분의 일은 의미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 때문에 기억 과제는 아주 간단하게 된다. 어떤 일(things 사항/사태)이 의미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지식과 대응된다는 것이고, 따라서 새로운 내용 도 이해되고 해석되고 또 이전에 획득한 내용과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떤 일들이 서로 관련되는가를 이해하게끔 도와주는 규칙과 제약을 이용할 수 있다. 의미 있는 구조를 통해서 혼란스럽고 임의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조직화할 수 있다.

설명을 통한 기억

어떤 사건을 설명 하고 해석하는 것은 이 세상을 이해하고 학습하며 기억하는 인간의 행동에서 근본적인 것이다. 여기에서 심성 모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성 모형은 학습을 단순화시키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필요한 행동의 세부사항들이 그것을 통해 도출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또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처하는 데에도 매우 귀중한 역할을 한다. 행동을 기억하는데 심성 모형이 이용되므로, 신속하고 익숙하게 해야 하는 과제에서는 심성 모형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 상세한 행동들을 도출하는 데에 시간과 심적 자원이 필요한데, 이 중 어느 것도 위급한 상황에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심성 모형은 기억에 없는(혹은 결코 경험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도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한 심성 모형을 만든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사용자에게 적절한 심성 모형을 제공해야만 한다. 적절한 심성 모형이 제공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부적절한 모형이라도 스스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기억은 또한 세상 속에 있다.

세상 속의 지식, 즉 외적 지식은 매우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것에도 약점이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외적 지식이 있는 적절한 상황에 있을 때에만 그 지식을 쓸 수 있다. 다른 곳에 있다면, 혹은 세상이 그 동안 변했다면, 지식은 이미 사라져 버리고 만다. 외적 정보에 의해 주어지는 핵심적인 기억의 보조가 없게 되고, 그래서 할 일이나 어떤 사항은 기억되지 않을 수 있다. 속담에 이 사실이 잘 표현되어 있다. “보이지 않으면, 잊힌다.”

비망

외적 기억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하고 흥미 있는 측면 중의 하나는 비망(reminding)인데, 머릿속의 지식과 세상 속의 지식 간의 상호작용을 보이는 좋은 예이다.

그 일이 충분히 중요한 것이라면, 그것이 마음속에서 되풀이되어 떠오를 것이다-이를 심리학자들은 시연(rehearsal)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토요일 언제 떠날지를 기억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 사건이 개인적으로 아주 중요할 때에는 그 정보를 머릿속에 넣어둘 수 있다. 기억해야 할 일이 개인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고 또 며칠 뒤의 일이며, 당신이 매우 바쁘게 생활한다고 생각해보자. 이제 당신은 기억 부담의 일부를 외부 세계에 옮겨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즉, 메모를 하거나 수첩 혹은 탁상 달력 또는 일기장 같은 곳에 요일과 시간을 적어 두거나 일시를 맞추어 둘 수 있는 경보 시계를 사용하는 것 등이다. 훌륭한 비망 방법 중의 하나는 사물 그 자체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대응

때때로 오븐에 어느 스위치가 어느 버너를 작동시키는지를 표시하는 작은 도표가 부착된 것도 있었다. 때로는 짧은 이름표가 붙기도 했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대응을 잘만 만들면 아무런 도표도 이름표도 설명서도 필요하지 않다. 여기에 단순한 디자인의 원칙이 숨어 있다.

사용 용이성(usability)은 구매과정에서 그렇게 자주 고려되는 기준은 아니다. 게다가 실제 상황에서 흔히 하는 일을 가지고 여러 개를 비교해서 시험해보지 않으면 사용하기 쉬우냐 어려우냐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어떤 것을 볼 때, 그것은 그대로 쓸 만하다고 느끼고 여러 놀라운 기능들은 매우 훌륭한 점으로 여긴다. 그러나 당신은 그런 기능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알아내지 못할 수도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나는 여러분이 어떤 물건을 사기 전에 그것을 시험해보기를 간곡히 권한다. 음식을 요리하는 시늉을 해보고, 비디오 세트의 채널을 맞춰보고 혹은 녹화 예약을 실제로 해보는 것이다. 가게에서 바로 해보라. 착오를 일으키거나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 것을 걱정 말아라. 당신이 겪는 어떤 문제도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아마 디자인의 잘못이란 것을 기억하라.

중요한 문제는 종종 구입자가 사용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정용품들은 이사할 때에 집에 설치되어 있을 수도 있다. 사무실에서는, 구매부에서 가격이나 공급자와의 관계 또는 신뢰성 등의 요인에 근거해서 설비를 주문한다. 이때 사용 용이성은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혹은 구매자 자신이 최종 사용자인 경우에도, 때로는 하나의 바람직한 기능을 다른 바람직하지 않은 기능과 교환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내 집의 오븐의 경우에는, 스위치의 배치는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것을 구입하고 말았다. 우리는 버너 스위치의 배열을 우리에게 더 중요한 다른 특징들과 바꾸었는데(trade off), 그것은 한 회사의 제품에서만 있는 것이었다.

세상 속의 지식과 머릿속의 지식간의 교환 관계

세상 속의 지식(혹은 정보)과 머릿속의 지식은 모두가 일상적인 활동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어느 쪽을 더욱더 중시하느냐를 어느 정도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에는 어떤 교환관계가 따르는데, 즉 세상 속의 지식의 이점을 얻는다는 것은 머리 속의 지식의 이점을 잃는다는 것을 뜻한다.

교환관계들

세상속의 지식

  • 인출 가능성: 보이거나 들리면 언제나 인출가능
  • 학습: 학습이 불필요하고 대신 해석하기만 하면 된다. 세상의 지식을 얼마나 쉽게 해석할 수 있느냐는 그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대응관계와 제약들을 잘 이용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 효율성: 외적 정보를 찾고 해석할 필요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
  • 미적 측면: 미적이지 못하고 우아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많은 정보를 다루어야 할 때 그렇다. 이로 인해 어수선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결국, 미적인 요소는 디자이너의 역량에 달린 문제이다.

머리 속의 지식

  • 인출 가능성: 즉각적인 인출이 가능하지 않다. 기억을 검색하거나 상기해야 한다.
  • 학습: 때로는 상당한 학습은 필요로 한다. 학습은 대상이 의미 구조를 갖고 있으면 쉬워질 수 있다. 혹은 좋은 심성모형이 있으면 쉬워진다).
  • 효율성: 매우 효율적일 수 있다.
  • 미적 측면: 아무것도 보이게 할 필요가 없으므로 디자이너가 더 많은 재량을 발휘할 수 있다. 미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세상 속의 지식은 접근이 용이하다. 또 그것 자체가 기억 내용을 상기시킨다. 언제나 거기에 있어, 보이고 사용되기를 기다린다…. 머릿속에 있다가도 조금 지나면 사라져 버린다…. 필요한 순간에 마음속에 있는 정보를 이용할 수 없다. 보이지 않으면, 잊힌다.


출처: 「디자인과 인간 심리」, 도널드 노먼


https://desigmon.medium.com/%EB%8F%84%EC%84%9C-%EB%94%94%EC%9E%90%EC%9D%B8%EA%B3%BC-%EC%9D%B8%EA%B0%84%EC%8B%AC%EB%A6%AC-%EC%83%9D%ED%99%9C%EC%9A%A9%ED%92%88%EC%9D%98-%EC%A0%95%EC%8B%A0%EB%B3%91%EB%A6%AC%ED%95%99-5c9393f568d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