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BOK 7판을 통해 프로젝트 관리가 더욱 ‘원칙 중심, 가치 중심’으로 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내에서 요구사항이 빈번하게 바뀌거나 개발 범위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는 경우는 여전히 흔하다. 이러한 경우에는 정형화된 고정가(contractual fixed price) 또는 원가보상(cost-reimbursable) 방식으로는 프로젝트 요구사항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어려울 때가 많다. T&M(Time & Materials) 계약은 이런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또 다른 선택지다. T&M 계약은 계약 업체가 투입되는 시간과 자재 비용만큼 청구하는 형태로, 계약 범위와 결과물이 완벽하게 정의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적합하다. PMBOK 7판에서 강조하는 이해관계자 협력, 통합된 변경 관리, 가치 중심 의사결정이 모두 T&M 계약과 맞물려 돌아가면, 조직은 변경 가능성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일정한 품질과 예산 통제를 유지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T&M 계약에 대한 핵심 개념부터 PMBOK 7판 관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 그리고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이슈와 해결 사례까지 심도 있게 살펴보겠다.
(1) T&M 계약의 기초 개념과 PMBOK 7판 지식 영역·프로세스 그룹 연결
T&M 계약의 본질과 구조
T&M(Time & Materials) 계약은 외주 업체나 공급자가 실제로 투입한 인력 시간과 재료비에 따라 청구 비용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예컨대, 개발자 A의 시간당 요율이 100달러라면, 그 개발자가 10시간 일했을 때 1,000달러가 청구된다. 그리고 사용된 재료(예: 클라우드 사용료, 툴 라이선스, 기타 소모품 등)에 대한 비용은 실비로 청구될 수 있다. 따라서 프로젝트 측(고객 입장)은 작업이 늘어나면 비용이 증가하고, 작업이 줄어들면 비용이 감소한다.
PMBOK 7판은 ‘프로젝트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이해관계자 만족을 높이려면, 상황에 따라 다양한 계약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고정가(FFP) 계약처럼 ‘모든 범위와 산출물이 사전에 확정된’ 프로젝트도 있지만,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는 그런 ‘미리 정해진’ 계약이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T&M 계약은 요구사항이 구체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거나, 애자일(Agile) 방식으로 구현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프로젝트에 유용하다. 예컨대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먼저 만들고, 이후 시장 반응에 따라 추가 기능을 붙이겠다면, T&M 계약이 훨씬 실무적이다.
관련 지식 영역과 프로세스 그룹
- 조달 관리(Procurement Management)
T&M 계약은 당연히 조달 관리 지식 영역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진다. PMBOK 7판은 계약 방식을 결정할 때, 프로젝트 특성과 리스크 분담 구조를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조언한다. T&M 계약은 공급자와 고객 모두 일정 부분 리스크를 공유하는 형태다. 범위가 유동적이므로 공급자는 시간과 자재 비용을 초과해도 별도 부담 없이 청구가 가능하지만, 고객은 비용이 예측보다 커질 수 있는 리스크를 안게 된다. - 범위 관리(Scope Management)
T&M 방식에서는 범위가 유연하게 변경될 수 있으므로, 범위 정의와 범위 확인 과정에서 PMBOK 7판이 강조하는 ‘가치 중심’ 마인드가 필수다. 예컨대 “어떤 기능이 정말로 고객에게 의미 있는 가치인지”를 수시로 판단하고, 불필요한 기능이라면 범위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비용을 억제한다. - 위험 관리(Risk Management)
T&M 계약은 공급자에게 일정한 보장(시간당 과금)을 주는 대신, 고객 측 예산이 늘어날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PM은 위험 식별과 정성·정량 분석을 통해, 프로젝트가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예컨대 애자일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스프린트마다 우선순위를 재조정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가치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 코뮤니케이션 및 이해관계자 관리(Communications & Stakeholder Management)
T&M 계약은 ‘얼마나 일했는가’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필요하다. 고객은 공급자가 과대 청구하지 않았음을 확인해야 하고, 공급자는 실제 작업 시간을 인정받기 원한다. PM은 업무 로그, 협업 툴, 시간 추적 시스템 등으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유해야 하며, 이해관계자가 시간 추적 방식에 합의하도록 커뮤니케이션을 적극 관리해야 한다.
요구사항 수집과 정의
PMBOK 7판에서도 요구사항 수집(Collection Requirements)과 범위 정의(Define Scope)는 프로젝트 성공의 필수적 전 단계다. T&M 계약에서는 처음부터 모든 요구사항을 확정하지 못하거나, 큰 틀에서만 합의하고 세부 기능은 진행 중에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 요구사항이 변동되면, 투입 시간이 함께 변동되어 비용도 바뀐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반드시 주요 이해관계자(고객, 사용자, 개발팀 등)와 함께 워크숍이나 인터뷰를 진행해, 큰 범위와 핵심 목표를 합의하되, “추가 요구사항이나 변경은 T&M 계약에 따라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 또한 핵심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를 매겨, 가장 중요한 요소에 먼저 인력을 투입해 빠른 성과를 내는 전략이 종종 효과적이다(애자일 전략).
(2) T&M 계약의 프로젝트 실무 이슈와 해법: PMBOK 7판 원칙 적용
이슈 1: 비용 통제 어려움
T&M 계약은 공급자 관점에선 매력적일 수 있다. 일한 만큼 청구하면 되므로, 예상치 못한 추가 작업이나 요구사항 변동에 의한 리스크 부담이 비교적 적다. 반면 고객 입장에서는 최종 비용이 어디까지 늘어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프로젝트가 길어지거나 범위가 확장될수록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해결 사례
PMBOK 7판에서 통합 관리(Integration Management)와 가치 중심 접근을 동시에 적용하면, 비용 통제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릴 수 있다.
- 목표 예산(Budget Ceiling): 계약에 “이 예산을 초과하면 재협상한다”는 상한선을 설정해놓으면, 고객은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 자원·시간 추적 투명성: 개발자가 실제로 몇 시간 일했는지, 어떤 업무에 투입됐는지 기록을 상세히 공유한다. Jira, Azure DevOps 같은 협업 툴이나 타임 트래킹 툴을 사용해 투명성을 높이고, 정기 보고를 통해 고객이 ‘이 작업에 이만큼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납득할 수 있도록 한다.
- 스프린트 단위 비용 관리: 애자일 환경이라면 2주 혹은 3주 스프린트마다 소요된 인력 투입 시간을 청구하고, 결과물을 검수해 범위 조정이 필요한지 검토한다. PM은 모니터링·통제 프로세스 그룹을 통해 각 스프린트가 끝날 때마다 “비용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지는 않은가”를 분석한다.
이슈 2: 범위 확장으로 인한 일정 지연 및 품질 저하
T&M 계약에서는 요구사항이 계속 바뀔 수 있다. 이는 유연성이자 동시에 함정이 될 수 있다. 범위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일정이 끝없이 늘어나거나, 여러 기능을 억지로 넣다가 품질이 희생될 위험이 있다.
해결 사례
- 변경 관리 프로세스: PMBOK 7판의 원칙에 따라, 변경이 발생할 때마다 통합 변경 관리 절차(Integrated Change Control)를 적용한다. “이 변경이 정말 가치 있는가? 우선순위가 기존 기능보다 높은가? 시간과 비용은 얼마를 추가해야 하는가?” 등을 공식적으로 검토·승인한다.
- 애자일 백로그 관리: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한다면, 제품 백로그나 스프린트 백로그를 활용해 스토리 우선순위를 끊임없이 재조정한다. 꼭 필요한 기능부터 개발해 배포하고, 굳이 필요하지 않은 기능은 범위에서 제외하거나 뒤로 미룬다. 이렇게 하면 T&M 계약이더라도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인다.
- 정량적 품질 기준: 범위가 바뀌더라도 품질은 보장돼야 한다. 예컨대 “테스트 커버리지를 80% 이상 유지한다” “코드 리뷰는 반드시 2인 이상” 같은 품질 기준을 문서화해, 일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사전에 품질 확보 과정을 자동화하거나 운영한다.
이슈 3: 공급자와 고객 간 신뢰 부족으로 인한 갈등
T&M 계약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급자와 고객 사이에 신뢰가 필수다. 공급자가 과도하게 시간을 부풀려 청구한다는 의심을 받거나, 고객이 불필요한 요구사항을 반복적으로 추가해 공급자를 지치게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해결 사례
- 명확한 계약조건: “개발자 시니어 등급은 시간당 N달러, 주니어는 시간당 M달러” 등 구체적으로 합의해두고, 작업 기록과 산출물을 투명하게 관리한다.
- 성과기반 인센티브: T&M 계약에 일부 성과 기반 보너스나 페널티를 섞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다. 예컨대 “정해진 기한 내에 특정 품질 지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 지급” 같은 조항을 추가하면, 공급자의 동기를 높이면서도 고객이 일정 및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 정기 리뷰 회의와 협업 툴: PMBOK 7판이 권장하는 ‘지속적 협업과 소통’을 실천하려면, 정기 미팅(주간, 격주 등)을 통해 작업 시간을 검토하고 산출물을 시연해야 한다. 또한 Jira, Confluence, Trello 등을 통해 누가 언제 어떤 작업을 수행했는지 실시간 공유하면, 신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다.
이슈 4: 요구사항 수집 단계의 불명확함으로 인한 혼선
T&M 계약에서는 “요구사항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전제가 종종 깔려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범위나 핵심 기능은 정해져야 일정을 대략 추정하고 자원을 배분할 수 있다. 만약 요구사항 수집이 제대로 안 되면, 매주 새로운 요구가 튀어나와 프로젝트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해결 사례
- MVP(최소 기능) 정의: PMBOK 7판에서 애자일 접근법이나 가치 실현 프레임워크를 도입하면, 먼저 MVP를 정의해 “가장 필수적인 기능만 우선 구현”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확장하도록 설계한다. 이렇게 하면 요구사항이 추가되어도 MVP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점차 보완해가며, 비용 관리가 수월해진다.
- 요구사항 우선순위 분류: MoSCoW(Must, Should, Could, Won’t) 기법이나 우선순위 매트릭스를 사용해, 필수 요구사항과 선택 사항을 구분한다. 이는 T&M 계약이더라도 예산 낭비를 막아주고, 약속된 기한 내 핵심 결과물을 내놓게 해준다.
- 이해관계자 합의: 요구사항을 수집할 때, 각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누가 어떤 요구를 최종 승인하는지, 어떤 요구가 당장 개발될 수 있는지를 구조화해 혼선을 줄인다.
(3) 최신 트렌드, 디지털 툴과 T&M 계약의 미래: PMBOK 7판 적용
애자일 접근법과 T&M의 조화
PMBOK 7판은 기존 폭포수(Waterfall) 방식만 다루는 게 아니라, 애자일·하이브리드 프로젝트도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애자일 환경에서 T&M 계약은 빈번히 활용된다. 예컨대 스크럼(Scrum) 팀이 매 스프린트마다 우선순위 높은 기능을 개발하고, 그에 따라 시간과 자재 비용을 청구하는 형태다. 고객은 “이번 스프린트에 어떤 스토리를 완료했는지, 어느 정도 시간이 들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만약 시장 상황이 바뀌면, 다음 스프린트에는 다른 기능으로 전환해도 된다.
이렇게 애자일과 T&M을 결합하면, 프로젝트가 가치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다. 다만 고객 측은 전체 예산을 어느 정도 예측해야 하므로, PM은 스프린트마다 소요 시간과 자재 비용 추세를 모니터링·통제해 급작스러운 비용 폭증을 막아야 한다. PMBOK 7판의 원칙 중 ‘프로젝트 리더십과 팀 자율성’이라는 요소가 여기에 녹아든다. 팀이 자율적으로 일을 진행하되, T&M 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PM이 교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디지털 요구사항 추적 시스템
현대 프로젝트는 대부분 협업 툴이나 요구사항 추적 시스템(Jira, Azure DevOps, Trello, MS Project 등)을 사용해 작업 흐름을 관리한다. T&M 계약에서 이런 툴을 도입하면, 매일 혹은 매주 투입된 인력 시간을 자동 기록하고, 작업 단위로 비용을 산출할 수 있어 투명성이 높아진다.
- Jira와 타임 트래킹 플러그인: Jira 이슈를 생성해 각 작업을 할당하고, 타임 로깅 플러그인을 통해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시간을 기록한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월말 결산 시, T&M 요율에 따라 총비용을 산정한다.
- Azure DevOps: 작업 항목(Work Item)에 대한 시간 추적, 리포지토리, 파이프라인 등이 통합되어 있어, 작업이 실제로 완료됐는지와 투입 시간이 일치하는지 한눈에 확인 가능하다.
- 클라우드 사용량 추적: T&M 계약 중 자재 비용이 클라우드 사용료(서버, DB 등)인 경우, AWS나 Azure 콘솔 데이터를 그대로 반영해 고객에게 과금할 수도 있다. PMBOK 7판 통합 관리 프로세스에서는 이 비용 측정과 일정·품질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디지털 툴과 자동화된 보고 체계를 도입하면, PM이 수작업으로 인력 투입 시간을 모으고 비용을 계산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든다. 또한 이해관계자와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해 신뢰를 높일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과 T&M 계약
일부 범위는 폭포수로 확정(예: 인프라 구축, 보안 요구사항 등), 나머지는 애자일로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서 T&M 계약은 “애자일 영역”에 도입하고, 폭포수 영역에는 고정가나 원가보상 계약을 적용하는 식의 혼합 운영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인프라 구축 범위는 비교적 명확하므로 고정가 계약을 맺고, 사용자 기능 개발이나 UI/UX 개선 범위는 T&M으로 하여 유연하게 자주 바뀌는 요구를 수용한다. PMBOK 7판은 프로젝트 특성에 맞춰 다양한 방법론과 계약 방식을 믹스할 수 있음을 인정하므로, 이런 하이브리드 접근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 및 주의사항
T&M(Time & Materials) 계약은 요구사항이 자주 바뀌거나 초기 범위를 완전히 확정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에 강력한 유연성을 제공한다. PMBOK 7판에서 강조하는 이해관계자 협업, 가치 중심, 통합 관리 원칙과 결합하면, 양쪽(고객·공급자) 모두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변화하는 시장과 기술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물론 고객 입장에선 비용이 예측 불가능하게 늘어날 위험, 공급자 입장에선 실제 작업 시간을 정확히 계산·보고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변동 사항을 즉각 반영하는 변경 관리 프로세스와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작업 시간 추적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핵심 요구사항과 목표 범위를 설정해, 최소한의 MVP나 우선순위를 확립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기반으로 T&M 계약을 맺으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새로 등장하는 요구나 기능 아이디어, 시장 변화 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계약 구조로 인해 서로 간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작업 로그와 품질 관리, 변경 승인 절차, 비용 모니터링을 꾸준히 진행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T&M 계약은 PMBOK 7판의 원칙 중에서도 ‘적응력 있는 접근’, ‘이해관계자 가치를 극대화’라는 측면에서 빛을 발한다. 유연성은 높여주되, 무한정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매니저의 통합적인 시야와 의사소통 역량이 필수다. 프로젝트 규모가 크건 작건, 불확실성이 크다면 T&M 계약을 고려해보되, 필요한 때에 ‘고정가+T&M’ 하이브리드나 성과 기반 조항 등을 섞어서 균형을 잡는 게 최적의 해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