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열의 심리학
기다림을 피할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러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다룬 고전이 베이비트 마이스터의 <<대기열의 심리학>>이다. 마이스터는 기다리는 동안 즐거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몇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의 책이 출간된 1985년 이후에 더 많은 연구가 시행되었기 때문에 나는 마이스터의 초기 정신을 계승하되, 최근의 연구에 발맞춰 상당 부분 수정했다. 시스템 운용은 대기열에 대해 열심히 연구하는 분야다. 하지만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많은 고객을 처리할 수 있는 합리적 방식은 무엇인가?’, ‘예상 고객을 모두 다루려면 몇 명의 직원이 필요한가? 와 같은 수학적인 효율성에 집중한다. 물론 이런 계산도 필요하지만 여기에는 고객과 직원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이들의 주된 관심이 어떻게 경험으로 연결되는지와 같은 인간 중심적 요소가 빠져 있다.
대기열을 디자인하는 6가지 원칙
1. 개념적 모델을 제공하라
모든 디자인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개념적 모델은 혼란스러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관성 있고 이해 가능한 것으로 바꾼다. 대기열도 마찬가지다. … 명확한 사회적 기표와 더불어 지속적 관찰, 아이디어, 원형, 확인, 교정과 같은 디자이너의 모든 역량이 동원되어야 한다. 훌륭한 개념적 모델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잇게 돕는다. 이때는 충분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사용자의 감정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적합한 피드백과 안정된 개념적 모델은 이런 불안을 없애준다.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확신이다.
2. 기다림을 이유 있게 만들어라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려면 그 전에 타당한 이유를 알려줘야 한다. 이것이 설명과 피드백의 역할이고 공정함의 중요한 조건이다. 기다린다는 것의 합리성은 상황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따라 다르다. 이를 위해서는 개념적 모델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백스테이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납득한 사람들은 기다림의 필요성을 적절하게 받아들인다.
3. 기대를 충족시키거나 그 이상을 주어라
기다림에서 얻는 경험은 소비자의 기대를 넘어서야 한다. 많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상 대기시간을 알려준다. 이 시간은 과도하게 책정하는 것이 좋다. 실제 대기시간이 예상시간보다 짧으면 사람들은 기쁨을 느낀다.
4.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게 하라
이 규칙을 이해하려면 물리적인 변수와 심리적 변수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둘은 비슷할 것 같지만 전혀 다르다. 물리적인 시간과 거리는 정확하게 예측하고 계산할 수 있지만 기다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물리학이 아닌 심리학의 지배를 받는다 게다가 현장에서 느끼는 것과 나중에 기억하는 것에도 차이가 있다. 기다림은 심리적인 정신활동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여러 일정으로 바빳던 시간이 한가해서 여유로웠던 시간보다 훨씬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5. 공정하게 하라
감정은 생각지도 못한 요소들의 영향을 받는다. 기다림이 합리적으로 보이고, 누구도 비난할 사람이 없을 때는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반면 사실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비난할 것이 생기면 나쁜 생각이 든다. 따라서 대기열이 임의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최악의 경우 불공정한 것처럼 보일 때 사람들의 감정은 급속도로 불쾌해진다. 가장 좋은 대기열 디자인은 한줄로 되어 있다가 줄 끝에서 여러 서비스 제공자로 갈라지는 것이다. 한 줄일 때는 공정함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 줄의 마무리에서 여러 명의 제공자가 있는 모습은 각각의 줄마다 서비스 제공자가 한 명 있는 것보다 줄이 더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6. 강하게 끝내고 강하게 시작하다.
기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순서는 끝, 시작, 중간이다. 이를 서열 위치 효과라고 한다. 마지막을 긍정적으로 장식하라.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 – 복잡한 세상의 디자인, 도널드 노먼
우리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기다림을 경험합니다. 커피숍에서 주문을 기다리는 순간부터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우리의 하루는 크고 작은 대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다림이 동일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어떤 기다림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 같고, 어떤 기다림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대기 경험의 차이를 만드는 심리학적 요인들과, 기업들이 어떻게 이를 활용하여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대기의 심리학: 기본 원칙
닐슨 노먼 그룹(Nielsen Norman Group)의 연구에 따르면, 대기 경험의 질은 실제 대기 시간보다는 ‘인지된 대기 시간’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즉, 우리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보다는 그 기다림을 어떻게 느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러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핵심 원칙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개념적 모델 제공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더 편안함을 느낍니다. 대기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테마파크의 인기 놀이기구 앞에서 줄을 서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단순히 긴 줄만 보이는 것보다, 현재 대기 시간이 표시된 전광판과 함께 줄이 어떻게 움직일지 보여주는 안내판이 있다면 사람들은 더 참을성 있게 기다릴 수 있습니다.
2. 기다림에 대한 이유 제공
기다림의 이유를 알면 사람들은 더 잘 참습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 탑승이 지연될 때 단순히 “지연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안전 점검으로 인해 20분 지연되고 있습니다”라고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면 승객들의 불만이 줄어듭니다.
3. 기대 관리
예상보다 짧게 기다리면 사람들은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레스토랑에서 “30분 정도 기다리셔야 합니다”라고 말한 후 20분 만에 자리를 안내하면, 손님들은 예상보다 빨리 자리에 앉게 되어 기분이 좋아집니다.
4. 대기 중 활동 제공
바쁘게 지낸 시간은 한가하게 보낸 시간보다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디즈니랜드의 대기줄에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있어, 손님들이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을 덜 느끼게 합니다.
5. 공정성 확보
사람들은 자신이 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느낄 때 더 잘 기다립니다.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시스템은 ‘선착순’이라는 공정성을 보장하여 고객들의 불만을 줄입니다.
6. 첫인상과 마지막 인상의 중요성
사람들은 경험의 시작과 끝을 가장 잘 기억합니다. 병원에서 긴 대기 시간 후에 의사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상담해주면, 환자들은 긴 대기 시간보다는 만족스러운 진료 경험을 더 강하게 기억하게 됩니다.
일상 속 대기 경험 개선 사례
이러한 원칙들을 적용하여 대기 경험을 개선한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커피숍의 모바일 주문 시스템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체인점들은 모바일 앱을 통한 사전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고객들이 매장에 도착하기 전에 주문을 완료하고 준비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로써 고객들은 긴 줄을 서지 않고도 커피를 픽업할 수 있으며, 주문부터 수령까지의 과정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병원의 대기 관리 시스템
많은 병원들이 디지털 대기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접수 시 예상 대기 시간을 안내받고, 자신의 순서가 다가오면 문자 메시지로 알림을 받습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은 대기실에서 불필요하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며, 대기 시간 동안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3. 테마파크의 대기줄 디자인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는 대기줄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디자인합니다. 인기 어트랙션의 대기줄에는 테마에 맞는 장식, 인터랙티브 게임, 캐릭터와의 만남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도록 합니다.
4. 공항의 보안 검색대 경험 개선
많은 공항들이 보안 검색대 앞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공항에서는 보안 검색대 앞에 여러 줄을 만들어 놓고, 가장 짧은 줄로 안내하는 직원을 배치합니다. 이는 대기 시간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5. 콜센터의 대기열 관리
많은 기업들이 콜센터 대기 시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직접 전화를 걸어주는 ‘콜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고객은 긴 시간 동안 전화를 붙들고 있을 필요 없이, 자신에게 편한 시간에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기 경험 개선을 위한 기술의 활용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대기 경험을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 AI를 활용한 대기 시간 예측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더 정확한 대기 시간을 예측하고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레스토랑 예약 앱은 과거 데이터와 현재 상황을 분석하여 매우 정확한 대기 시간을 제공합니다.
2. VR/AR을 활용한 대기 경험 개선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하여 대기 시간 동안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테마파크에서는 대기 중인 고객들에게 AR 게임을 제공하여 기다리는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합니다.
3. IoT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하여 대기열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센서를 통해 대기 인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원 배치를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결론
대기는 우리 일상의 불가피한 부분이지만, 그 경험의 질은 크게 개선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대기의 심리학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 경험을 개선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비즈니스 성과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 여러분이 어딘가에서 기다리게 될 때, 잠시 멈추고 그 경험이 어떻게 디자인되었는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 디자인이 여러분의 기다림을 어떻게 더 나은 경험으로 만들고 있는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기다림을 피할 수 없지만, 기다림의 경험을 개선할 수는 있습니다. 대기의 심리학을 이해하고 적용함으로써, 우리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조금 더 즐겁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인용:
[1]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0022249685900203
[2] https://www.davidhodder.com/the-psychology-of-waiting/
[3] https://worldofwork.io/2019/06/10-principles-of-waiting/
[4] https://queue-it.com/blog/psychology-of-queuing/
[5] https://fasterlines.com/knowledge-hub/uncategorized/the-psychology-of-wa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