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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어떻게 세상을 구할까?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어떻게 세상을 구할까?

    인간은 주변 환경을 끊임없이 재창조하며 살아왔다. 건물과 도로는 물론이고 의복과 도구 그리고 제도와 문화까지도 모두 디자인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인공과 자연의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 경계는 때때로 전혀 의식되지 않은 채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 결과 인간은 편의와 효율성을 쫓으며 환경에 부담을 주는 선택을 이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고 많은 사람이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단순히 상품을 만드는 기술적 접근을 넘어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 열쇠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우리가 체감하는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 문제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인간의 활동을 뒷받침해온 여러 가지 사회기술체계가 역사를 통틀어 복잡하게 맞물리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많은 국가는 산업혁명과 식민지 시기를 거치면서 대량생산과 자원 채굴에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경제 구조와 법 규범은 특정 국가나 기업에게 수익을 몰아주는 방향으로 굳어졌다. 이는 자원과 인간 노동을 마음껏 소모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을 부추겼으며 한 번 잘못 디자인된 체계는 경로의존성을 타고 현대까지 이어졌다. 지금의 자본주의와 산업 시스템은 효율성과 이윤을 극도로 추구하는 데는 성공했을지언정 기후와 생태계를 위협하는 일련의 부작용을 낳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는 개념이 바로 인위적 세계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는 수백만 년간 자연과 함께 진화해온 존재이지만 주거지와 경작지조차 끊임없이 손을 댄 결과 스스로가 만들어낸 인공적 환경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마치 완벽히 자연적인 듯 보이는 숲이나 공원도 사실은 사람이 나무를 심고 길을 만들고 잡초나 해충을 제거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유지한 결과다. 집 안의 물건과 도로의 노면 표지부터 금융 제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디자인을 통해 구성된 인위적 산물이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쉽게 잊는다. 문제는 이러한 인위적 디자인이 단순히 인간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자연 생태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디자인 행위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디자인이라 함은 심미성과 기능성을 조화롭게 만드는 기술이자 예술이었다. 즉 어떻게 하면 물건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사용하기 편리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면서 이제는 디자인을 통해 사회와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을 절약하며 재사용을 촉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 체제에서 만들어진 상품들이 폐기물로 산더미처럼 쌓이고 수리나 업그레이드가 어려운 구조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인간이 사용하는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를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의 폐해다. 따라서 오늘날 디자인은 처음부터 폐기물 최소화를 염두에 두고 재활용이 가능하며 수리가 쉬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전환 과정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순환 경제 중심의 설계가 핵심이 된다. 기존에는 생산 후 폐기까지의 단선적 과정에서 사용된 자원과 제품이 쓰레기로 버려졌지만 순환 경제 패러다임에서는 생산 단계부터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며 재사용과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짠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제품을 판매하는 대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기간만큼 대여하거나, 회수 후 부품을 재사용해 새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기도 한다. 모듈형 디자인은 이러한 순환 경제를 실현하는 데 유용한 접근 방식으로, 제품의 각 부분을 표준화해 고장 난 부품만 교체할 수 있도록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제품 전체를 폐기하지 않아도 돼서 자원 절약뿐 아니라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지속 가능성은 단순히 디자이너 혼자 혹은 제품 개발자 몇 명이 고민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복잡한 사회기술체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환경학, 경제학, 심리학, 인류학, 행정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영역의 지식과 경험이 결합될 때 환경친화적인 방향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통합적 안목이 생긴다. 과거의 디자인이 단순히 회사의 이윤 확대와 시장 점유율 상승을 목적으로 했다면 이제는 공공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 시민 단체, 지역 사회가 함께 협력하는 모델이 늘어나는 추세다.

    세 번째로 지역 사회 중심의 디자인이 중요한 변곡점이 된다. 과거에는 세계 어디서나 획일적인 제품을 만들어 파는 방식이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현지의 문화와 자연 환경을 무시한 채 일괄적으로 상품을 공급하면 오히려 지속 가능성과 동떨어진 결과가 나오기 십상이다. 농업이든 제조업이든 지역 생태계와 공동체의 문화를 존중하며, 사용자가 실제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긴밀히 소통해 디자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지역에서는 계절별 특성을 반영한 건축 자재와 형태가 필요하며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곳에서는 독립된 에너지 시스템과 재생 가능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이 요구된다. 이는 단순히 형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특성을 고려해 함께 발전하는 길을 찾는 일이다.

    우리가 말하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환경 보호뿐 아니라 사회 정의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속 가능성이란 단순히 생태계 문제만을 의미하지 않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기회를 함께 고민한다. 대기업이 값싼 인건비와 자원을 쥐고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민과 상생하고 공정 무역을 통해 이익을 공유하며 모두가 발전해나가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기후 위기와 같은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만약 특정 지역이 자연재해나 자원 고갈에 취약해지면 전 지구적 생산망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통해 에너지 효율과 자원 활용을 높이고 폐기물을 줄이며, 필수 서비스를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구축한다면 그러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결국 디자인은 사소한 제품 하나를 만드는 과정을 넘어 우리 사회의 전체 구조와 가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과 통한다. 디자인은 문제 해결의 핵심 도구이자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20세기 들어 산업혁명과 함께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기업의 마케팅 도구로 활약하며 소비자들에게 새 물건을 끊임없이 사도록 유혹해왔던 사실은 오늘날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단순한 신제품이나 화려한 광고보다 환경과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오래 쓸 수 있고 쉽게 수리되며 자원을 덜 낭비하는 제품이 진짜 가치를 인정받는다.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가치관이 달라진 소비자가 많아 제품을 선택할 때 ‘지속 가능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이처럼 개인과 사회가 환경 파괴의 대가를 인식하기 시작하면 기업과 정부 역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규범과 법률이 만들어지고,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가 달라지며, 디자인 프로세스 전반이 바뀐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상품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재활용이 힘든 소재만 고집하면 소비자에게 외면당한다. 이런 변화는 초기에는 비용이 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로 자리 잡는다. 재활용 산업이 성장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며, 무엇보다 생태계가 재생될 기회를 얻는다. 디자인이 사람들의 생활 양식을 바꾸고, 그 변화된 생활 양식이 다시 디자인의 방향을 바꾸는 선순환이 펼쳐진다.

    물론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쉽지 않다. 사람들의 신념과 생활 습관, 기업의 이해관계, 정부 정책 등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디자이너와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문제의 근본 원인에 적극 개입해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현대성의 철학은 과학과 합리성, 끊임없는 기술 진보를 주요 가치로 삼았으며 실제로 그 덕분에 인류는 높은 생산력과 편의시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 오염, 기후 위기, 사회적 불평등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따라서 디자인 교육과 실무가 전문 디자이너만의 영역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일상 속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나눠야 한다.

    구체적으로 제품을 기획하거나 도시를 설계할 때, 우리는 에너지 소비와 폐기물 발생, 사용 후 처리 과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전자제품 분야에서는 정교한 기술로 기기를 만들되 모듈형 구성과 부품 표준화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쉽게 배터리나 메모리 등을 교체할 수 있게 하고, 업체가 회수한 부품을 다시 쓸 수 있게 설계하면 전 지구적으로 대량의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또 건축 분야에서는 지역 특유의 기후 조건과 재료를 활용해 단열과 환기에 적합한 구조를 만들고, 태양열이나 바람 같은 재생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적용할 수 있다. 신축보다 리노베이션을 통해 건물을 재사용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면 건설 폐기물도 크게 줄어든다.

    이러한 사례들은 이미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으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해외에서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교육과정에 포함해 미래 디자이너들이 처음부터 환경과 사회 전반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또 어떤 도시들은 ‘녹색 지붕’이나 ‘도시농업’을 통해 미기후를 조절하고 도시 생태계를 회복시킴과 동시에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낸다. 시민이 직접 도시 디자인 과정에 참여하는 참여형 디자인도 확산 중이다. 이는 행정이 주도해 만든 무생명적 공간이 아닌, 주민들의 일상과 문화가 녹아든 실제적이고 살아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다.

    아울러 경제 분야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총생산(GDP)을 경제적 성공의 주요 지표로 삼았으나 이제는 사람들의 행복, 환경적 건강성, 그리고 다양한 사회 지표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전적 가치만을 측정하던 경제 모델은 많은 부분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디자이너들은 이런 전반적인 변화 흐름에 맞춰 단순히 물건을 ‘잘’ 만들어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가 어떻게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생태계에 어떤 결과를 미치는지 세밀하게 따져야 한다.

    또한 모든 문제를 단순히 기술로만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 당장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전기차로 교체해도 배터리 생산과 폐기에 필요한 자원 채굴이나 처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또 다른 형태의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특정 기술의 채택을 넘어, 그 기술이 전체 사회와 생태계에 어떤 긍정적 혹은 부정적 파급효과를 일으킬지 미리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요컨대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거대 담론의 실천적 도구가 된다. 환경 파괴를 줄이고 사회적 가치를 높이며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인 해법을 마련한다는 점이 그 본질이다. 지금까지 인간은 기계를 다루듯 자연을 통제하고 착취해 왔지만 더는 그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자연은 인간과 분리된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의존하는 복합 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한쪽에서 해충이라 부르며 제거하는 동물이나 식물도 다른 계층에게는 중요한 생활 기반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를 토대로 신중하고 섬세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

    결국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통해 우리는 자원 순환 체계를 강화하고, 지역 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사용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자연과 인간 사이에 더 건강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과 비용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결코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재난과 손실을 막기 위한 투자이며 인류가 다음 세대를 위해 선택해야 할 의무에 가깝다. 디자인의 힘은 제품의 외양을 바꾸고 기능을 향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 구조와 문화적 패턴에 새로운 방향성을 부여하며 미래를 재설정하는 데 있다. 기후 위기가 갈수록 심화되는 시대에 디자인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이제는 모두가 디자인을 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에서 소비하는 식품 포장재를 고르는 순간도 결국 디자인을 선택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이나 깔끔한 포장만 보던 과거와 달리 재활용 여부와 환경 유해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기업이든 정부든 개인이든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낡은 방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시대다. 자연과의 공생을 추구하는 새로운 시선은 상품과 서비스는 물론, 제도와 정책 그리고 사회 운영 시스템 전반에 스며든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 궁극적으로 세상을 구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닐 것이다.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대다수 전문가들이 피력하는 현실적 결론에 가깝다. 실제로 곳곳에서 탄소 배출량 절감, 폐기물 감소, 지역 공동체 활성화, 공정 무역 등을 실천하면서 지속 가능성의 실질적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무한히 성장할 것만 같았던 산업 사회는 이제 한계에 부딪혔고, 그 돌파구를 디자인적 사고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중이다. 단기 이익보다는 장기 생존, 외형적 화려함보다는 근본적 혁신을 추구하는 접근이 핵심이며 그 중심에서 디자이너와 시민, 정책 입안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인류가 만든 체계는 인간이 다시 바꿀 수 있다. 그것이 인위적 세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처음에는 어려워 보일 수 있으나 다양한 문화권과 전문가들의 협력을 통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길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작은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해 도시 단위, 국가 단위, 나아가 전 지구적 차원의 움직임으로 확산될 수 있다. 기술 발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지속 가능성과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결국 디자인은 이 거대한 목표를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하며 세상을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으로 만들어가는 미래는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체계를 재설계하고 우리 일상 깊숙이 녹아 있는 낭비와 불균형을 해소함으로써 가능하다. 디자인은 우리 삶의 세부를 연결하는 다리인 동시에 문제 해결의 도구가 된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마주하는 기후 위기와 자원 한계,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려면 반드시 디자인을 포함한 전방위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와 기업, 정부와 지역 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시스템 자체를 새로 짜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 선두에서 디자인이 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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